투자, 특히 파생상품 투자는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투자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여러 투자자(원고)들이 한국투자증권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습니다. 이 상품은 국민은행 주식과 삼성전자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만기일에 두 주식 모두 최초기준가격의 75% 이상이면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만기일에 국민은행 주식 가격이 조건에 미달하여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 발행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도이치은행과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만기일에 도이치은행이 한국투자증권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ELS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과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즉, 도이치은행은 투자자들과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대법원은 도이치은행이 만기일 직전 국민은행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주가를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과 판결
이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이치은행처럼 투자자와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자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자에 해당하는지, 둘째, 도이치은행의 주식 매도 행위가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1) 금융투자상품과 연계된 다른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여 투자자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도 부정거래행위자에 포함된다(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제179조 제1항)고 판단했습니다. 즉, 도이치은행은 부정거래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2) 도이치은행의 주식 매도 행위가 시세를 고정시키기 위한 목적의 행위였다(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고 판시했습니다. '시세 고정'이란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될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의미하며, 도이치은행의 대량 매도 행위는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도이치은행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도 져야 합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파생상품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금융투자상품과 연계된 다른 상품을 거래하는 기관이 투자자와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시세조종 등의 부정행위를 할 경우, 투자자는 그 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관련 법규와 판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민사판례
특정 시점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가 발행사와 백투백헤지 계약을 맺은 외국 금융기관의 고의적인 주가조작으로 손실을 입은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특정 시점의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예: 주가연계증권)의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자산 가격에 영향을 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투자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도이치은행이 코스피200 지수옵션 만기일에 주가지수를 조작하여 이익을 얻었지만, 이로 인해 손해를 본 투자자(원고)에게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 다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
민사판례
증권회사가 주가연계증권을 판매하면서 자체적인 위험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
민사판례
증권회사가 주가연계증권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위험회피거래를 하는 경우,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판결. 특히, 주가연계증권의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증권회사가 대량 매도 주문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의 수익을 막은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
민사판례
상장되지 않은 회사(비상장회사)의 주식 공모 과정에서 증권회사가 부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회계법인이 부당하게 주식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증권회사와 회계법인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