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도급. 그런데 하청업체 직원이 마치 원청업체 직원처럼 행세하며 물건을 외상으로 구매했다면, 대금 지급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명의대여 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A 건설회사는 B로부터 공사를 도급 받았습니다. A 회사는 이 공사 중 토목 부분을 C 회사에 하도급 주면서, C 회사가 A 회사의 이름을 걸고 공사를 진행하도록 허락했습니다. 게다가 A 회사는 D에게 C 회사 직원을 A 회사의 현장소장이라고 소개하기까지 했습니다. D는 A 회사 이름이 적힌 청구서와 영수증을 받고 C 회사에 공사장에서 사용할 유류 등을 외상으로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C 회사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D는 A 회사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A 회사는 대금을 지급해야 할까요?
해설:
네, A 회사는 대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때문입니다. 이 법 조항은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할 것을 허락한 사람은, 자신을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해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5. 2. 26. 선고 83다카1018 판결) 역시 이러한 입장을 지지합니다. 하도급을 준 사람이 하수급인을 마치 자신의 현장소장처럼 행동하게 했다면, 상법상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A 회사는 C 회사에게 자신의 상호를 사용하여 공사를 진행하도록 허락했고, D에게는 C 회사 직원을 자신의 현장소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D는 이를 믿고 C 회사에 물품을 외상으로 판매했고, 이 물품은 C 회사의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D의 외상 대금은 C 회사의 영업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A 회사는 명의대여자로서 D에게 대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론:
이처럼 자신의 이름이나 상호를 함부로 빌려주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 관계에서는 명의대여로 인해 예상치 못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도급 관계에서도 하수급인의 행위에 대해 원청업체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세요!
민사판례
건설 면허가 없는 개인에게 불법 하도급을 준 회사가, 그 개인이 회사 임직원처럼 행세한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 법원은 하도급을 준 회사가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민사판례
여러 회사가 함께 공사를 진행하는 공동수급체에서 하도급을 준 경우, 원칙적으로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지만, 계약 당시 각 회사의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각자 자기 몫만큼만 책임을 진다.
상담사례
무면허 건설업자가 빌린 면허로 하도급을 주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하도급 업체는 무면허 건설업자뿐 아니라 면허를 빌려준 사람에게도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타인에게 건설업 면허를 빌려준 사람은 면허를 빌린 사람이 그 면허로 하도급 계약을 맺었을 때, 하도급 업체에 대한 돈을 못 받더라도 면허를 빌려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면허를 빌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도급 계약을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민사판례
건설업에서 하도급을 두 번 이상 준 경우, 하도급 업체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못 주면, 그 위의 직상 수급인(하도급을 준 업체)은 본인의 잘못이 없더라도, 그리고 하도급 업체에 돈을 이미 지급했더라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세무판례
건설회사가 하도급 받은 공사를 다시 시공참여자에게 맡기고, 시공참여자가 근로자를 고용한 경우, 그 근로자는 원청 건설회사의 종업원으로 볼 수 없어서 원청 건설회사에 종업원할 사업소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