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4.02.27

형사판례

한 장의 사진, 범인을 가리킬 수 있을까? - 범인식별의 신빙성에 대하여

오늘은 범인식별, 특히 사진을 이용한 범인식별의 신빙성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범인을 확정할 수 있을까요? 최근 판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된 공소외 1은 "성불상 천"이라는 사람에게 마약을 구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휴대폰 번호 추적을 통해 피고인의 이름 끝자가 "천"인 것을 확인하고, 피고인의 사진이 포함된 주민등록초본을 확보하여 공소외 1에게 제시했습니다. 공소외 1은 그 사진 속 인물이 마약 판매자 "성불상 천"이 맞다고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소외 1은 진술을 번복하며 사진 속 인물은 "성불상 천"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사진 한 장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핵심은 사진 한 장만을 제시하여 이루어진 범인식별의 신빙성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방식의 범인식별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참조)

왜 신중해야 할까요?

  • 기억의 한계: 사람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 암시 효과: 단 한 장의 사진만 제시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이 사람이 범인일 것이다"라는 암시를 줄 수 있습니다.

신빙성 있는 범인식별 절차란?

그렇다면 어떤 범인식별 절차가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절차적 요건을 제시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308조 관련)

  1. 사전 기록: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2. 여러 사람 비교: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에게 보여주고 범인을 지목하게 해야 합니다.
  3. 사전 접촉 차단: 용의자, 목격자, 비교 대상자들이 사전에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 과정 기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 사진 등으로 기록하여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사진을 이용한 범인식별도 위와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이 사건의 판결

이 사건에서 검찰은 위와 같은 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만을 제시했고, 피고인이 휴대폰 명의자라는 사실을 공소외 1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암시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범행 당시 사용된 휴대폰이 피고인 명의였고, 피고인의 집 전화와도 통화한 기록이 있었으며, 피고인의 변소는 신빙성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비록 범인식별 절차에 하자가 있었지만, 공소외 1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범인식별, 특히 사진을 이용한 범인식별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수사기관은 정확하고 공정한 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며, 법원은 절차적 하자뿐만 아니라 다른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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