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범인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범인식별 절차가 중요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도 부적절한 범인식별 절차로 인해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핵심은 '오염되지 않은 기억'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범죄와 같은 충격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수사기관이 암시적인 질문을 하거나, 용의자의 사진을 단독으로 보여주는 경우, 목격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범인으로 기억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염된 기억'은 진실을 밝히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범인식별을 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범인식별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308조)
목격자 진술 기록: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을 사전에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이는 나중에 목격자의 기억이 왜곡되었는지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동시 대면: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해야 합니다. 용의자 한 명만 보여주는 것은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안 됩니다!
사전 접촉 차단: 용의자, 목격자, 비교 대상자들이 서로 사전에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접촉 과정에서 기억이 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합니다.
절차 기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하여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중에 법정에서 증거의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사진 제시, 동영상 제시, 가두식별 등 모든 범인식별 절차에 적용: 위 원칙은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 실제 대면 등 모든 범인식별 절차에 적용됩니다. 심지어 처음에 사진으로 범인을 지목한 후, 이어지는 동영상이나 실제 대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한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이 제시한 사진 중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수사기관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사진만 보여주거나, 피고인만 있는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부적절한 범인식별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했고,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 2007. 6. 8. 선고 2007노129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033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734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4587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정확한 범인식별,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처럼 범인식별 절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은 물론, 우리 모두 정확한 범인식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범인을 특정하기 위한 목격자 진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여러 명을 동시에 보여주고 지목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나, 범행 직후 현장 근처에서라면 기억이 생생한 상태이므로 일대일 대면도 허용될 수 있다.
형사판례
범인식별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다른 증거와 정황을 종합하여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형사판례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용의자 한 명만 보여주고 범인인지 확인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방식은 피해자의 기억에 오류를 일으키거나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증거 없이 이런 확인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형사판례
범인 식별 과정에서 용의자 한 명만 보여주거나 사진 한 장만 제시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 있으며, 인터폰 화면만으로 범인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판결.
형사판례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제시한 사진 5장 중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사진 제시 과정의 문제점과 다른 증거 부족으로 범인식별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형사판례
목격자가 사진 한 장만 보고 범인을 지목한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이 판례는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함께,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다른 증거들과 함께 고려하여 유죄를 인정한 사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