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빙자간음죄, 고소기간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혼인을 약속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 정말 괴롭죠. 특히 상대방이 기혼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것입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소에도 기간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혼인빙자간음죄의 고소기간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여성이 남자와 교제하며 성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남자의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해보니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은 큰 충격을 받았고, 곧바로 남자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남자는 자필 팩스를 통해 자신이 기혼자이며 여성과 결혼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여성은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남자를 고소했습니다.

쟁점: 고소기간의 시작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고소기간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르면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범인을 알게 된 날'은 언제일까요?

• 원심의 판단:  원심 법원은 여성이 남자의 자필 팩스를 받아 남자가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고소기간을 계산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여성이 주민등록등본을 통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 즉 남자가 기혼자임을 알았을 때 이미  '혼인할 의사 없이 간음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고소기간은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한 날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남자가 이후 팩스로 결혼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은 단순히 앞으로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다만, 여성이 남자가 유부남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이혼 후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고소기간의 기산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핵심 정리

혼인빙자간음죄(형법 제304조)에서 고소기간(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의 시작점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입니다. 이후 상대방이 혼인할 의사가 없음을 명시적으로 밝히더라도, 고소기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단,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고소기간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혼인빙자간음죄의 고소기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고소기간을 확인하고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