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땅을 사면서 직원 이름으로 등기를 했을 때, 이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할까요? 언뜻 보면 증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증여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보그룹은 서울 강남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땅을 회사 임직원 명의로 등기했습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는 이를 회사가 임직원에게 땅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한보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회사가 임직원 명의로 땅을 등기한 것이 진짜 증여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였습니다. 만약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한보의 주장을 받아들여 증여세 부과 처분을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한보가 땅을 임직원 명의로 등기한 것은 당시 서울시의 규제를 피하고 토지 매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임직원 명의로 땅을 등기한 것 자체는 증여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의 주장만 듣고 증여세 부과를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대법원 1982. 10. 26. 선고 81누69 판결, 1990. 11. 27. 선고 90다카10862 판결, 1996. 10. 11. 선고 94다53631 판결 등)를 인용하면서, 과세 처분의 무효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증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더 자세한 사실 조사가 필요하며, 그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의2 제1항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증여를 가장한 명의신탁에 적용되는데, '조세 회피 목적'이 증여세 회피에만 국한되는지 다른 조세 회피도 포함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결은 회사가 직원 명의로 땅을 등기했을 때, 그것이 진짜 증여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회사의 주장만 믿고 증여세 부과를 무효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증여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 조항은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이며, 행정소송법 제19조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세무판례
회사가 부동산을 샀지만, 판매자가 양도소득세 문제로 회사 앞으로 등기이전을 거부하여 직원 명의로 등기한 경우,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는 판결입니다.
세무판례
회사가 부동산을 사려 했는데, 판매자가 회사 앞으로 등기를 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대표이사 이름으로 등기를 했다면, 이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세무판례
회사(특히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법인)가 농지를 구매할 때, 부득이하게 개인(예: 회사 관계자) 명의로 등기해야 하는 경우, 세금 회피 목적이 없다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세무판례
법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어 개인 명의로 땅을 산 경우,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면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세무판례
남편이 아내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했더라도, 증여세 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예: 양도소득세 절감 목적의 명의 분산)가 인정된다면 증여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일반행정판례
외국인 투자기업이 법적 제약 때문에 대표이사 개인 명의로 토지를 취득한 경우, 증여세 회피 목적이 없다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