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05.13

형사판례

회사돈 빼돌려 뇌물 준 대표, 횡령죄 따로 뇌물죄 따로 처벌받는다?

회사 대표가 회사 돈을 횡령하고 그 돈의 일부를 뇌물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와 뇌물죄(정확히는 배임증재죄)는 별개의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후, 그 중 일부를 특정 기관의 담당자에게 뇌물로 건넸습니다. 대표이사는 담당자에게 더 많은 장비 납품 계약 등을 체결해달라는 묵시적인 청탁을 했습니다.

이 대표이사는 횡령죄로 약식명령을 받았는데요, 약식명령이란 정식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벌금형 등을 내리는 간단한 절차입니다. 이 대표이사는 횡령죄에 대한 약식명령을 받고 끝난 줄 알았지만, 검찰은 뇌물을 준 행위에 대해서도 배임증재죄로 기소했습니다.

대표의 주장: "이미 횡령죄로 처벌받았는데 뇌물죄로 또 처벌하는 건 이중처벌 아닌가요? 횡령한 돈을 뇌물로 쓴 것이니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 "횡령과 뇌물은 별개의 범죄입니다. 횡령은 회사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뇌물죄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호하는 대상이 다르고, 범죄를 저지르는 의도도 다릅니다. 따라서 횡령죄로 처벌받았더라도 뇌물죄로 다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기판력

이 사건의 핵심은 '기판력'입니다.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의 효력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는 횡령 사건에 대한 약식명령이 확정되었으니, 이와 관련된 뇌물 사건에 대해서도 기판력이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법원은 횡령과 뇌물은 서로 다른 범죄이기 때문에 횡령 사건의 기판력이 뇌물 사건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7조(상상적 경합):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횡령과 뇌물은 별개의 행위로 판단되어 상상적 경합이 아닌 것으로 보았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98조(면소의 판결), 제326조 제1호(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청구):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와 관련된 조항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기판력의 범위가 쟁점이므로 직접적인 관련은 적습니다.
  •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732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9602 판결: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이어도 된다는 판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묵시적인 청탁이 인정되었습니다.
  •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678 판결: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에 대한 판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횡령과 뇌물은 공소사실이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결론

회사 돈을 횡령하고 그 돈을 뇌물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와 뇌물죄는 별개의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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