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자기 빚 때문에 회사 돈에 손을 댔다가 법정에 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로 처벌받는 건 당연해 보이는데요. 만약 그 돈을 담보로 잡고 나중에 채권자가 돈을 찾아갔다면, 횡령죄까지 적용될까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의 대표이사 B씨는 개인적인 빚 때문에 채권자 C씨에게 회사 명의의 정기예금 60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이후 C씨는 변제기가 도래하자 B씨의 동의를 얻어 해당 예금을 전액 인출했습니다. 이에 B씨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와 더불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B씨의 담보 제공 행위(질권설정)는 배임, C씨가 돈을 인출한 행위는 횡령이라며 두 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즉, 회사 돈을 담보로 제공한 것도 죄, 채권자가 그 돈을 가져간 것에 동의해준 것도 별개의 죄라는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B씨의 예금 인출 동의 행위는 이미 배임죄가 성립하는 담보 제공 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배임죄가 성립하는 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단순한 사후 처리일 뿐,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법 제353조에 따르면, 질권자(담보를 잡은 사람)는 담보로 잡은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C씨는 B씨의 동의 없이도 정당하게 예금을 인출할 권리가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B씨가 예금 인출에 동의해 준 것은 새로운 법익 침해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이번 판례는 회사 대표의 부당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불필요한 이중 처벌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형사판례
회사 대표가 회사를 보증인으로 세워 개인 빚을 얻은 후, 회사 돈으로 그 빚을 갚았다면 배임죄뿐만 아니라 횡령죄도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의 주주나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을 마음대로 사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와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회사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다른 회사의 자금 조달에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형사판례
회사 돈을 부당하게 먼저 지급하게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배임) 후, 그 돈을 다른 사람과 짜고 빼돌려 사용한(횡령) 경우, 횡령은 배임과 별개의 범죄로 처벌받는다.
형사판례
회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에 가담한 경우, 단순히 배임 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고, 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어야 합니다.
형사판례
회사 돈을 마음대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하고, 회사의 분기/반기 재무자료에 대해 거짓 자료를 제출해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형사판례
한 사람이 여러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저축은행 직원들과 공모하여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횡령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 특정이 부족하고, 각 회사의 피해 금액을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대출 명의자가 대출금을 실제로 사용했고, 저축은행 직원들이 이를 알면서도 대출을 실행했으므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죄와 배임죄는 같은 사건으로 봐야 하므로, 배임죄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인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