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11.29

형사판례

회사돈 담보 잡고 돈 빼갔다고 횡령죄까지? 법원 "아니죠~"

회사 대표가 자기 빚 때문에 회사 돈에 손을 댔다가 법정에 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로 처벌받는 건 당연해 보이는데요. 만약 그 돈을 담보로 잡고 나중에 채권자가 돈을 찾아갔다면, 횡령죄까지 적용될까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의 대표이사 B씨는 개인적인 빚 때문에 채권자 C씨에게 회사 명의의 정기예금 60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이후 C씨는 변제기가 도래하자 B씨의 동의를 얻어 해당 예금을 전액 인출했습니다. 이에 B씨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와 더불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B씨의 담보 제공 행위(질권설정)는 배임, C씨가 돈을 인출한 행위는 횡령이라며 두 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즉, 회사 돈을 담보로 제공한 것도 죄, 채권자가 그 돈을 가져간 것에 동의해준 것도 별개의 죄라는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B씨의 예금 인출 동의 행위는 이미 배임죄가 성립하는 담보 제공 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배임죄가 성립하는 행위 이후에 이루어진 단순한 사후 처리일 뿐,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법 제353조에 따르면, 질권자(담보를 잡은 사람)는 담보로 잡은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C씨는 B씨의 동의 없이도 정당하게 예금을 인출할 권리가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B씨가 예금 인출에 동의해 준 것은 새로운 법익 침해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 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죄 (형법 제355조 제1항, 제2항, 제356조)
  • 횡령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죄 (형법 제355조 제1항)
  • 질권: 채권을 담보로 설정된 권리. 질권자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으면 담보물을 처분하여 빚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53조)
  • 불가벌적 사후행위: 이미 범죄가 성립된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새로운 법익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행위. 별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이번 판례는 회사 대표의 부당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불필요한 이중 처벌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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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공소사실 특정#파기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