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12.12

민사판례

회사의 전보 명령, 정당할까요? - 이어폰 착용 거부 운전기사 제주도 발령 사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로부터 전보 명령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직원들을 다른 부서나 지역으로 발령낼 수 있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회사의 모든 전보 명령은 정당한 걸까요? 오늘은 회사의 전보 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선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서울에서 근무하던 한 항공사 운전기사가 회사의 이어폰 착용 지시를 거부했다가 제주도로 발령받았습니다. 회사는 승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운전기사들에게 운행 중 안내방송과 이어폰을 통한 교신을 지시했는데요. 이 운전기사는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어폰 착용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견책과 함께 제주지점으로의 전보를 결정했습니다. 심지어 운전기사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말이죠. 결국 운전기사는 전보 명령에 불복해 결근했고, 회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그를 파면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회사의 전보 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전보나 전직 명령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구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현행 제30조 제1항 참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회사의 전보 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았습니다.

  • 운전기사의 이어폰 착용 거부는 안전운전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였습니다. (관할 관청도 이어폰 착용이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견해였습니다.)
  • 회사는 제주지점에 운전기사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사정을 입증하지 못했고, 제주지점에서도 마지못해 운전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 회사는 전보 발령 전에 운전기사와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 서울에서 제주도로의 전보는 운전기사에게 주거, 교통, 자녀 교육, 부부생활 등에서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 전보 명령이 이어폰 착용 거부에 대한 보복으로서 실질적인 징계의 일환이었고, 전보로 인한 운전기사의 불이익이 업무상 필요성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전보 명령은 무효이며, 이에 불응한 운전기사의 결근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죠.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누7959 판결, 대법원 1995. 5. 9. 선고 93다51263 판결 등 참조)

결론

이 판례는 회사의 인사권이 무제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회사는 전보 명령을 할 때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근로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등 신의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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