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채권자들은 자신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이때, 서로 돈을 주고받을 관계에 있는 채권자는 "상계"라는 제도를 통해 채무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생・파산 절차에서는 채권자들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상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상계가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서로 돈을 주고받을 관계에 있는 당사자끼리 빚을 서로 지워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는 B에게 100만원을 빌려주었고, B는 A에게 50만원을 빌려주었다면, 상계를 통해 B는 A에게 50만원만 갚으면 됩니다.
회생・파산 절차에서의 상계, 왜 제한될까요?
회생・파산 절차의 목표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여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만약 일부 채권자만 상계를 통해 채권을 회수한다면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에서는 특정 상황에서만 상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회생절차에서의 상계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채무자의 어려움을 알면서 돈을 빌려준 경우, 원칙적으로 상계가 금지됩니다. 하지만 채무자의 어려움을 알기 전에 채권 발생의 원인이 생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가 허용됩니다. 여기서 '원인'이란 단순한 계약 체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상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9. 24. 선고 2013다200513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5다252501 판결)
파산절차에서의 상계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파산절차에서도 회생절차와 유사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파산 선고 후 채권을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상계가 금지되지만, 파산 신청 등이 있었음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으로 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상계가 허용됩니다. 이때 '원인'에 대한 판단 기준은 회생절차와 동일합니다.
파산선고 전 1년의 기간 제한 (채무자회생법 제404조)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선고일로부터 1년 전'이라는 기간 제한도 있습니다. 파산선고일로부터 1년 전에 이루어진 행위는 상계를 포함한 여러 법률 행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만약 회생절차를 거쳐 파산에 이르게 된 경우, 회생절차 기간은 이 1년의 기간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65049 판결)
사례 분석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252501 판결)
이번 판례에서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전에 이루어진 의결이 상계의 '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의결이 피고에게 상계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직접적이거나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상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회생절차에 소요된 기간은 파산선고 전 1년 기간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회생・파산 절차에서의 상계는 규정이 복잡하고 예외도 많기 때문에 관련 법률 및 판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글이 회생・파산 절차와 상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사판례
회생절차를 진행하다가 폐지되어 파산으로 이어진 경우, 회사가 처음 회생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채권자의 상계(서로 빚진 것을 없던 것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민사판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회사의 예금과 자기 채권을 상계하려면 회사가 아니라 관리인에게 상계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상계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민사판례
회생절차 중인 회사에 물품 대금으로 선급금을 지급한 경우, 이는 돈을 빌려준 것(차재)과는 다르므로 법원의 허가 없이도 유효합니다. 하지만 회생절차 개시 전이라도 회생절차 개시 후 상계가 금지되는 경우, 개시 전에 한 상계도 효력을 잃습니다.
민사판례
파산선고 전에 제3자가 파산채권자에게 가지고 있던 채권을 파산관재인이 파산선고 후에 양수하면, 파산채권자는 파산재단에 채무를 지게 된다. 이 경우, 파산채권자는 자신이 가진 파산채권과 새로 생긴 채무를 상계할 수 없다.
민사판례
기존 채권에 대해 소송 중 조정이 확정된 경우, 조정 전 채권은 소멸하고 조정 내용에 따른 새로운 채권이 생깁니다. 따라서 상계를 할 때는 조정으로 새롭게 생긴 채권의 이행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빚을 서로 상계할 때에는 상계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이자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체 이자를 다 계산한 후 상계하면 계산이 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