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8.10.23

일반행정판례

KBS 수신료로 지출한 접대비 내역, 정보공개 청구했더니…

정보공개 청구, 들어보셨나요?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되었죠. 하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정보나 기업 비밀처럼 공개되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KBS의 접대비 지출 내역 공개를 둘러싼 법정 다툼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시민이 KBS에 '수시 집행 접대성 경비의 건별 집행 서류 일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KBS는 이를 거부했고, 시민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쟁점 1: 정보공개 청구의 목적

KBS는 해당 시민이 KBS를 괴롭히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정보공개 청구의 목적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괴롭힘 목적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보공개 청구는 정당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해당 시민은 전 KBS 직원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에 유리한 자료를 얻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는 권리 남용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법원 2003두1370, 2004두2783 판결 참조)

쟁점 2: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가?

KBS는 접대비 지출 내역이 '경영·영업상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경영·영업상 비밀'의 범위를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공영방송사인 KBS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접대비 지출 내역에 거래 일시, 장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KBS의 영업상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KBS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이므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위해 접대비 지출 내역을 공개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쟁점 3: 소송 중 비공개 사유 추가

처음에는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주장했던 KBS는 소송 중에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다른 법률에서 비밀로 규정된 정보)를 추가로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에만 다른 사유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4두12629 판결 참조). 제1호와 제7호는 그 내용과 범위,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추가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KBS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접대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정보공개라는 제도의 취지와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판결은 정보공개 제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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