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횡령, 금액이 커도 친족상도례 적용될까?

가족끼리 돈 문제로 법정 다툼까지 가는 일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큰 금액이 오고 갔을 때는 더욱 그렇죠. 그런데 가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족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처벌하지 않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횡령 금액이 아주 커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될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의 외사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횡령 금액이 커서 특경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친족상도례를 주장했지만,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특경법 위반이라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 친족상도례란? (형법 제328조, 제361조)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절도, 사건, 강도, 횡령, 배임 등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그 외의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 특경법 위반과 친족상도례의 관계 대법원은 특경법 위반죄라 하더라도 횡령죄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특경법에서 친족상도례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횡령액이 크더라도 가족 간의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고소기간의 중요성 이 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의 외사촌이므로 친족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원심은 고소기간이 지났는지 확인하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기에 대법원은 이를 지적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28조 (친고죄), 제361조(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횡령, 배임의 가중처벌)
•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고소기간)
• 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오1 판결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627 판결

결론

가족 간의 금전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특히 큰 금액이 관련된 경우라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소기간이라는 제한이 있으므로, 피해를 입었다면 기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