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모델을 둘러싼 논쟁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법원 판결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의회 의원이 노동자상의 모델이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조각가 부부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명예훼손 성립 요건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시의원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발언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먼저 명예훼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이 아니지만,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사실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을 **'의혹 제기' 또는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노동자상의 모델이 누구인지는 제작자의 내심에 속하는 것이고,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은 섣불리 명예훼손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시의원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교과서나 역사관에 잘못된 사진이 사용되었던 점, 이 사건 발언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참조)
이 판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사이의 경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의혹 제기는 명예훼손으로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건전한 공론 형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련 법조항:
형사판례
대통령 후보였던 A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발언은 의견 표명에 해당하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조합장이 대의원총회와 개별 면담에서 한 발언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대의원총회에서의 발언은 질서유지를 위한 발언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무죄, 개별 면담에서의 발언은 전파 가능성이 없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사판례
페이스북에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대법원은 이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 불분명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즉, 단순 의견 표명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사판례
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군의회 의장의 축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사실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판례
기사에서 직접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나 추측을 인용하여 보도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사실을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암시된 사실 자체의 진실성과 공익성 등이다.
민사판례
한국논단이 주최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