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돈과 받을 돈, 퉁칠 수 있을까? 가등기 담보와 상계 이야기

돈 거래는 참 복잡하죠. 특히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에서 부동산이 얽히면 더욱 머리가 아파집니다. 오늘은 가등기 담보가 설정된 부동산을 둘러싼 채권 관계에서 돈을 빌려준 사람이 자기가 받을 돈과 갚아야 할 돈을 서로 상계(퉁칠 수 있는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요.

철수(갑)는 영희(을)에게 1억 원을 빌렸습니다. 변제일은 1년 후, 이자는 연 5%입니다. 철수는 빌린 돈에 대한 담보로, 시가 2억 원 상당의 자신의 땅(A부동산)에 영희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주었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못 갚으면 영희가 그 땅의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런데 철수는 민수(병)에게도 1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철수는 A부동산에 민수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채권최고액 2천만 원)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즉, 철수가 돈을 못 갚으면 민수도 그 땅에서 돈을 회수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경우 민수는 영희보다 나중에 권리를 갖게 된 후순위 권리자입니다.

시간이 흘러 철수는 영희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영희는 법에 따라 철수에게 담보권 실행 통지를 하고, 후순위 권리자인 민수에게도 통지를 했습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6조 제1항)

민수는 영희에게 직접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았고, 법에서 정한 2개월의 청산기간도 지났습니다. 이제 영희는 철수에게 청산금(땅을 가져가는 대신 줘야 할 돈)을 주고 A부동산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으려 합니다.

여기서 문제!

영희는 철수에게 빌려준 1억 원 외에도, 다른 이유로 3천만 원을 더 빌려준 상태입니다. 영희는 철수에게 줘야 할 청산금에서 자신이 빌려준 3천만 원을 퉁칠 수 있을까요?

정답은 'YES' 입니다.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례에서 가등기담보권자가 채무자에게 담보권 실행 통지를 하고 후순위 권리자에게도 통지한 후, 후순위 권리자가 청산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가등기담보권자는 채무자에게 청산금을 지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른 금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청산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99다41657 판결)

즉, 영희는 철수에게 줘야 할 청산금에서 자신이 따로 빌려준 3천만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면 됩니다. 복잡한 돈 거래, 법을 잘 알아야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