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상황, 정말 답답하죠. 그런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오히려 빌린 사람에게 빚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서로 빚을 퉁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런 경우에 '상계'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면, 서로 빚진 돈을 서로 갚는 대신 퉁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0만원을 빌려주었고, 영희는 철수에게 5만원을 빌려주었다면, 철수와 영희는 서로 5만원씩 빚을 퉁치고, 철수는 영희에게 나머지 5만원만 받으면 됩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볼까요?
甲은 乙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고 법원에서 승소 판결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乙은 1,000만원을 갚지 않고 오히려 甲에게 1,500만원의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경우, 甲은 이미 승소 판결을 받은 1,000만원 채권을 가지고 乙이 청구한 물품대금 소송에서 상계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가능하다'입니다.
법적으로 보면, 상계는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채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 가능합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 상계하려면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습니다 (민법 제493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별도로 제기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해 확정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 항변을 할 수 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9049 판결). 즉, 甲처럼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乙의 소송에서 상계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권, 즉 소송이 진행 중인 채권으로도 상계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4050 판결).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라 해도, 법원은 기판력의 저촉이나 모순을 방지하고 소송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이부, 이송, 변론병합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甲은 乙에게 빌려준 1,000만원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乙이 제기한 1,500만원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1,000만원 부분에 대해 상계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乙은 甲에게 나머지 500만원만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 상계 주장 대상이 된 채권이 동시이행의 항변으로 행사된 채권일 경우에는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에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4다17207 판결). 동시이행의 항변이란, 상대방도 의무를 이행해야만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항변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은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는데,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도인도 소유권 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담사례
돈 빌려줬는데 상대가 "퉁치자(상계)"라고 할 때, "나도 빌려준 돈 있는데 같이 퉁치자(상계의 재항변)"는 안 되고, 각각 따로 청구해야 한다.
민사판례
돈을 서로 주고받을 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 여러 건의 채권이 존재할 경우, 어떤 채권으로 어떤 채권을 얼마나 상계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분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상계를 인정하는 판결에서 상계의 효력이 어떤 채권에 어느 정도까지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상담사례
서로 돈을 빌려준 경우, 갚을 날짜가 지나도 자동으로 퉁쳐지는 것이 아니라 "퉁치자!(상계)"라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법적으로 빚이 소멸된다.
민사판례
돈을 받을 권리(채권)에 상대방의 반박 가능성(항변권)이 붙어 있다면, 그 채권으로 다른 빚과 서로 상쇄(상계)할 수 없다.
상담사례
빌려준 돈 받으려는 소송 중, 상대방이 다른 채권으로 퉁치자(상계) 하더라도, 이미 같은 내용의 소송이 다른 법원에 계류 중이라도 별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민사판례
이미 다른 소송에서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새로운 소송에서 상계(서로의 채권으로 갚는 것)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