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9.06.27

민사판례

건강보험공단, 의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은행에 상계 주장 가능할까?

의사가 불법으로 요양급여를 받았다면, 건강보험공단은 해당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사가 자신의 요양급여 채권을 은행에 양도한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은행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의사 갑은 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향후 발생할 요양급여 채권을 을 은행에 양도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갑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했는데, 이 확인서는 을 은행에도 전달되었습니다. 나중에 을 은행이 건강보험공단에 양수금(양도받은 채권에 대한 돈)을 청구하자, 건강보험공단은 갑의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상계를 주장했습니다.

쟁점

건강보험공단이 발급한 확인서가 채권양도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만약 이를 승낙으로 본다면, 건강보험공단은 갑에게 주장할 수 있는 사유로도 을 은행에게는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민법 제451조 제1항).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발급한 확인서가 채권양도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확인서의 발급 목적은 채권압류 확인에 한정되며,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확인서 발급 당시, 양도될 채권의 규모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발생 시기나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모든 대항사유를 포기하고 채권양도를 승낙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건강보험공단은 갑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을 은행에 양수채권을 변제했습니다. 이는 단순 변제 행위일 뿐, 채권양도에 대한 승낙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 확인서에는 건강보험공단이 확인서 발급으로 인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대항사유의 단절이라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발급한 확인서를 채권양도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은 을 은행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450조 제1항: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 민법 제451조 제1항: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민법 제451조 제2항: 채무자가 전조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 민법 제492조: 상계는 당사자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 그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는 그 효과는 상계의 의사표시로 인하여 생긴다.
  •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

이 판례는 채권양도에 대한 승낙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채권양도 통지 후 채무자가 취하는 행위에 대한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채권양도와 관련된 분쟁에 참고할 만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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