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06.13

민사판례

건축설계 계약 해지 후 설계도면 사용권은 누구에게?

건축주와 건축사 간의 계약 관계가 삐걱닥거리다 해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건축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후 계약이 해지되면 이미 작성된 설계도면의 사용 권한을 두고 분쟁이 생기기 쉽습니다. 과연 이럴 때 설계도면은 누가 사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소개

건축주 A는 건축사 B와 아파트 신축 공사에 대한 설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내용에는 설계도서 작성, 인허가 업무 대행 등이 포함되었고, 설계도면의 소유권과 모든 권리는 A에게 귀속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B는 설계도면을 작성하여 A에게 교부했고, A는 이를 바탕으로 지하층 공사와 골조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비의 상당 부분을 B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설계 도면의 하자 여부와 설계비 지급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여 결국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이에 B는 자신이 작성한 설계도면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며 A의 사용을 금지하려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건축설계 계약이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고, 설계도서가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었으며,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고, 또한 그 설계도서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비록 건축사와 건축주 사이의 건축설계 계약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여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건축주에게 유보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50443 판결)

쉽게 말해, 계약이 해지되었더라도 이미 상당 부분 공사가 진행되었고, 공사 중단 시 큰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건축주가 설계도면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사가 설계도면의 저작권자이지만, 건축주의 설계도면 이용권을 보호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입니다.

관련 법 조항

  • 민법 제664조 (수급인의 담보책임면제)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
  • 저작권법 제4조 (저작물의 원본과 저작물의 복제물) 이 법에서 "원본"은 저작물이 최초로 창작된 것을 말하고, "복제물"은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된 저작물을 말한다.
  • 저작권법 제11조 (공표) ② 저작자가 미공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 저작권법 제41조 (건축물의 도면 등에 의한 건축) 건축물의 건축을 위한 도면, 설계도서 기타 건축을 위한 저작물(이하 "건축도면등"이라 한다)의 저작재산권자는 그 건축도면등에 따라 건축된 건축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
  • 저작권법 제42조 (건축물에 표현된 미술저작물 등) 건축물에 표현된 미술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는 그 건축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

결론

건축설계 계약 해지 후 설계도면 사용 권한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판례처럼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에는 건축주의 이익과 공익을 위해 건축주에게 설계도면 사용 권한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계약 해지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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