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군수 A씨의 운전기사 B씨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에 C씨는 A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여러 기자에게 보냈는데, 마치 관할 지방검찰청에서 보낸 것처럼 발신번호를 위조했습니다. 검찰은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C씨의 행동, 과연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쟁점은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욕설이나 비방이 아니라,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형법 제307조)
대법원은 과거 판례(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도696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8 판결 등)를 통해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더라도, 적시된 내용을 통해 그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도4573 판결).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C씨가 보낸 문자는 "○○군수 보좌관 B씨 멸치 500포 살포혐의 구속, A 군수 집중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자메시지가 '지방검찰청에서 B씨를 구속하고 A 군수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일 뿐, '지청장이나 검찰 구성원이 그 내용을 알린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C씨가 검찰청 지청장실 전화번호와 유사한 발신번호를 사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지청장이나 검찰 구성원이 문자 내용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유추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문자를 받은 기자들 중 다수가 누가 보낸 것인지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C씨의 행위가 지청장이나 검찰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할 만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원심은 C씨의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명예훼손죄 성립에 있어 '사실의 적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단순히 어떤 기관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다고 해서 그 기관이나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달된 내용을 통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형법 제307조 제2항)
형사판례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말해서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인데, 그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인 경우, 거짓이라는 걸 알고 말했을 때 더 무겁게 처벌된다.
민사판례
국회의원 보좌관 성추문 관련 기사에서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소문을 인용했더라도, 기사 내용과 주변 정황상 특정인을 암시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군의회 의장의 축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사실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판례
감사원 직원이 재벌의 콘도미니엄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하여 감사 중단 경위 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비방 목적이나 허위라는 인식이 없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
형사판례
대학 전 총장이 신문광고에 현 이사장이 학교 기본재산을 불법 매각했다는 허위 사실을 게재하여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판례
피고인이 인터넷에 게시한 "허위사실 유포"라는 표현과 "제명처분" 관련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게시글 내용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비방 목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