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10.11

일반행정판례

경찰 내부 감사 경위서, 정보공개 대상일까?

경찰관의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 그 내부 감사 과정에서 작성된 경찰관들의 경위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경찰 내부 감사 경위서의 정보공개 여부를 다룬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고소인 A씨는 경찰관들이 자신의 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관련 경찰관들에게 경위서를 받았습니다. A씨는 이 경위서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경찰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쟁점

A씨는 경찰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경위서 내용이 이미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드러났고 감사도 종료되었으니 공개해도 문제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서 말하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란, 정보 공개로 인해 업무 수행이 객관적으로 그리고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해당 정보의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개로 인해 장래 동종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2두12946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위서가 내부 감사 과정에서 작성되었다는 점, 경위서 공개가 향후 감사 대상 경찰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솔직한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경위서 공개로 얻는 '국민의 알 권리'와 경위서 비공개로 보호하는 '감사 업무의 공정성'을 비교형량해야 하는데, 원심은 단순히 이미 수사 과정에서 내용이 드러났다는 점만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내부 감사 자료의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정보의 내용뿐 아니라 장래 동종 업무 수행에 미칠 영향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된 분쟁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잘 살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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