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7.12.22

형사판례

공사대금 안 준다고 자재 안 치웠다고 업무방해죄?

건축주와 시공사 간의 분쟁, 참 흔한 일이죠. 오늘은 공사대금 때문에 생긴 분쟁에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B씨에게 창고 신축에 필요한 형틀 공사를 맡겼습니다. B씨는 공사를 완료했지만, A씨가 공사대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B씨는 공사 현장에 있던 자신의 건축 자재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놔둬 A씨가 다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B씨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자재를 치우지 않아 A씨의 공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업무방해죄를 인정했습니다. 즉, B씨의 '자재를 치우지 않은 행위'를 업무방해로 본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적극적으로 A씨의 공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자재를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신의 자재를 치우지 않은 행위는 A씨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죠.

핵심은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입니다. 업무방해죄는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행위'로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업무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합니다. (형법 제18조, 제314조 제1항)

대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부작위가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일한 정도의 위력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80 판결 참조) B씨의 경우, 단순히 자재를 치우지 않은 것은 이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순히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어렵고, 그 부작위가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일한 정도의 위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겠죠.

(관련 법조항: 형법 제18조, 제314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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