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를 하다 보면 계약 당시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공사대금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재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설계가 바뀌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공사 범위가 줄어들면서 비용이 감소하기도 하죠. 이럴 때 도급인(발주자)과 수급인(시공사) 사이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계약서에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 조항을 넣어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만약 물가 상승으로 공사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도급인이 이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자고 미루고, 우선 설계 변경으로 줄어든 금액만큼만 감액하기로 합의했다면 어떨까요? 나중에라도 증액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최근 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례에서 수급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출처: 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다56176 판결)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건설회사인 원고는 근로복지공사(현 근로복지공단)와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물가변동이 있을 경우 증감액을 계산하여 공사대금을 조정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공사 도중 물가가 오르자 원고는 공사대금 증액을 요구했고, 근로복지공사도 증액 자체에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액 금액에 대한 협의는 미뤄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감소하게 되자, 양측은 증액 부분에 대한 협의는 뒤로 미룬 채 감액 부분에 대해서만 합의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미뤄두었던 증액 부분에 대한 금액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사는 이미 감액 합의를 통해 최종 공사대금이 확정되었다며 거부했습니다. 즉, 감액 합의를 전체 공사대금에 대한 화해계약으로 본 것이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양측이 증액 부분에 대한 협의를 명확히 유보한 채 감액 부분만 합의했기 때문에, 이를 전체 공사대금에 대한 최종 합의, 즉 화해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증액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민법 제731조, 제664조 참조)
이 판례는 공사대금 조정 과정에서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신중하게 합의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일부 항목에 대한 합의가 전체 계약에 대한 합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정액 도급 공사 계약에서 자재값이나 인건비 상승 등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이 발생해도 계약서에 추가 비용 부담 조항이 없다면 추가 금액 청구가 어렵다.
민사판례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에서 부가가치세 환급 책임,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 및 면제 여부, 그리고 정액 도급에서 공사감리비 처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활법률
지자체 공사 계약 중 설계 변경 시, 변경된 공사량에 따라 계약금액이 조정되며, 변경 절차와 심사 기준, 조정 기준, 예외 사항 등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민사판례
국가와 공사 계약에서 계약금액이 증액된 경우, 증액된 금액은 이미 전부명령을 받은 채권에 포함되어 양도 가능하며, 양도금지 특약이 있어도 채무자는 이를 근거로 양도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민사판례
공사도급계약에서 총액계약인지 단가계약인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계약서 내용뿐 아니라 계약 당사자들의 의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단가계약이라고 단정하여 기성 공사대금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
민사판례
공사 착공 지연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여 공사비가 증가한 경우, 발주자가 이러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추가 발생 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 단순히 착공이 늦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필요는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