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03.25

민사판례

공사비 손해배상, 예정가격만으로는 안 돼요!

교통사고로 전신주나 케이블이 파손되면 통신회사는 큰 손해를 입습니다. 당연히 가해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겠죠? 그런데 손해액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KT는 교통사고로 파손된 전신주와 케이블 복구공사를 마친 후 가해자 측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KT는 실제 복구공사비를 증거로 제출하는 대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계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공사 발주할 때 쓰는 기준표를 보고 손해액을 산정한 거죠.

법원은 KT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1. 예정가격은 '예상' 가격입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은 국가가 계약금액을 정할 때 참고하는 '예상' 금액일 뿐,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예정가격은 최고가를 제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제9조 제1항, 제30조, 제31조, 제42조 제1항, 제44조 제1항)

2. 실제 복구비용을 제출해야 합니다.

KT는 이미 복구공사를 완료했음에도 실제 지출한 비용을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실제 복구에 들어간 비용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393조, 제763조) 손해배상은 실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이미 수리 완료된 경우라면, 당연히 실제 수리비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증명 방법이겠죠?

3. 법원이 손해액 산정 기준을 제시할 의무는 없습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손해액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증명을 촉구할 의무는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88조,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5다카2453 판결) 그러나 KT처럼 법원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증명을 거부하는 경우,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손해액 산정 기준을 제시해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45831 판결,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1383 판결)

결국 KT는 예정가격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추상적인 기준이 아닌, 실제 발생한 손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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