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지명령 철회 신청, 묵묵부답인 행정청은 위법할까?

공사를 하다가 행정청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명령 이후에 중지 사유가 없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행정청에 공사중지명령 철회를 신청해야겠죠. 그런데 만약 행정청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이런 답답한 상황, 즉 행정청의 침묵이 위법한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례: 건물 신축 공사 도중, 인접한 사찰과의 분쟁으로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재단이 있었습니다. 이후 재단은 분쟁 원인이었던 도로 사용 문제와 흙막이 공법을 변경하면서 분쟁이 해결되었으니 공사중지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청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행정청의 이러한 침묵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1. 조리상 신청권: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사람은 중지 사유가 없어졌을 때, 행정청에 명령 철회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라는 의미에서 '조리상 신청권'이라고 합니다.

2. 법률상 응답의무: 행정청은 이러한 철회 신청을 받으면 상당한 기간 내에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중지명령을 철회하는 '적극적 처분'을 하거나, 신청을 거부하는 '소극적 처분'(각하 또는 기각)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무런 답변 없이 침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3. 부작위의 위법성: 행정청이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부작위'라고 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위법입니다. 실제로 철회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나중에 소송을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만, 일단 행정청은 답변을 해야 합니다.

관련 법조항:

• 행정소송법 제2조 (행정소송의 종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근거가 되는 조항입니다.
• 행정소송법 제36조 (집행정지의 신청):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공사중지명령 등으로 인한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잠정적인 구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6누17745 판결
•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1누8652 판결 (본문의 사례)

즉,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더라도 중지 사유가 없어졌다면 적극적으로 철회 신청을 하고, 행정청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