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간암 사망, 업무상 재해일까?

오늘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돌아가신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는 아내와 근로복지공단 간의 분쟁입니다.

사건의 개요

고인은 도축 및 운송업체에서 운송반장으로 근무하며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이미 B형 간염을 앓고 있던 고인은 결국 간암으로 악화되어 사망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습니다.

2심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

2심 법원은 고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기존의 B형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은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B형 간염의 진행 속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급격히 빨라졌다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B형 간염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보다 '예외적으로' 빠르게 악화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핵심 내용 정리

• 기존 질병이 있는 근로자가 과로나 스트레스로 사망한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켰다는 의학적 소견만으로는 부족하며, 질병의 진행 속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현저히 빨라졌다는 등의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관련 법 조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한다)

이 판례는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질병의 악화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