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이자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인 A씨는 어느 날 건설회사 대표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진행 중인 건축 사업이 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도록 도와주면 연구비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제자 C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으라고 B씨에게 권유했고, 실제로 B씨는 C씨 회사와 1억 1천만 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과연 이 돈은 뇌물일까요? A씨는 제3자 뇌물공여죄로 기소되었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쟁점 1: 묵시적 청탁이란 무엇일까?
뇌물죄의 핵심은 '부정한 청탁'입니다. 그런데 청탁은 꼭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로 해야만 성립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꼭 말로 하지 않더라도, 암묵적인 의사표시로도 청탁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묵시적 청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려면, 청탁의 내용과 주어지는 이익이 직무 행위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공무원과 뇌물 제공자 사이에 서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잘 봐달라는 기대나 직무와 관련 없는 다른 이유로 돈을 준 경우는 묵시적 청탁으로 볼 수 없습니다. (형법 제130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2313 판결)
쟁점 2: 단순 소개·추천만으로 뇌물죄가 성립할까?
A씨는 단지 B씨에게 C씨의 회사를 소개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단순히 누군가를 소개·추천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소개·추천에 이르게 된 경위, 제3자가 얻는 이익의 내용, 공무원의 인식, 이익 기대 여부, 추천 이후의 직무 행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씨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바탕으로 대법원은 A씨가 B씨의 청탁을 받고 C씨 회사에 부정한 이익을 주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씨의 행위는 제3자 뇌물공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심은 파기되었고, 사건은 다시 심리·판단을 위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이 판례는 묵시적 청탁과 단순 소개·추천 행위가 뇌물죄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부정한 직무 행위와 명확히 연결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어떤 '정황'만으로는 뇌물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구청장이 건설회사에 구청에 기부채납을 요구한 행위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법원은 기부채납 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명확한 **대가성 있는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아직 정식 평가위원으로 선정되기 전이라도 선정이 확실시된 상태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으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돈을 주고받으며 부탁을 하는 것이 '부정한 청탁'인지 아닌지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한 내용, 금액, 담당 공무원의 직무 청렴성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형사판례
성남시장이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자로부터 도시설계 변경 및 건축허가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받고, 특정 설계업체에 용역을 주도록 부탁하여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된 사례.
형사판례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자 특정 사업단의 단장이었던 피고인이 연구비 지원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뇌물죄는 무죄, 배임수재죄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사업단 업무가 한국전기연구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에 따라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아 배임수재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대학교수가 산학협력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어 뇌물죄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