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4.01.16

민사판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소멸시효

억울하게 국가기관의 잘못으로 옥살이를 한 사람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할 때, 국가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소멸시효와 권리남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원고는 과거 보안사에 불법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국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멸시효와 권리남용

일반적으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합니다. 하지만, 권리자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조, 제162조, 제166조).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을 여러 판례를 통해 밝혀왔습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물론,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사라진 후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상당한 기간'은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기간으로 제한됩니다. 특히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3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기관의 위법행위와 소멸시효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해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까지는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존재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만약 재심 무죄 판결 확정 후 6개월 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했다면,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도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단, 이 경우에도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항, 제6조 제3항,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위자료 산정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는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산정합니다. 특히 공무원의 인권침해 행위의 경우, 행위의 불법성, 피해자의 고통, 재발 방지 필요성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민법 제751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사실심 변론종결일인 예외적인 경우, 이를 고려하여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판결 결과

대법원은 원고가 형사보상 결정 확정 후 6개월 내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의 상고는 기각되었고, 국가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소멸시효라는 법적 제도가 오히려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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