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아'는 누구 건가요? 상표권 분쟁 이야기

의약품 이름 때문에 벌어진 상표권 분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특히 이름이 비슷한 약들이 많아서, 어디까지가 베끼고 어디까지가 새로운 약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죠. 이번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이탈리아 제약회사 A사는 한국의 B사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 소송을 걸었습니다. B사의 "글리아타민"이라는 상표가 자기 회사의 "글리아티린" 및 다른 회사의 "글리아타민"과 너무 비슷해서 소비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관련 법률: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 현행 제34조 제1항 제7호)

대법원은 상표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상표의 일부분이 일반적인 용어거나 식별력이 약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경우, 그 부분은 상표의 핵심적인 부분(요부)으로 볼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후912 판결 등) 만약 상표의 구성 부분 전체가 식별력이 약하다면, 상표 전체를 보고 유사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후2453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후2447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글리아(GLIA)"는 신경교세포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였습니다. 뇌질환 치료제와 관련된 설명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특정 회사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라고 판단되었죠. "타민"이나 "티린" 역시 의약품 이름에 흔히 붙는 접미사처럼 사용되는 조어였기 때문에, "글리아"와 마찬가지로 식별력이 약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글리아"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 즉 "타민"과 "티린"을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이 충분히 두 제품을 구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발음과 외관이 다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B사의 "글리아타민"은 다른 회사의 "글리아티린" 등과 유사한 상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 판결은 상표권 분쟁에서 상표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비교해야 하는지, 그리고 의학 용어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