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사 중인 사건을 보도할 때 언론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명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이 사건 이후 한 시사잡지가 부소대장 김 씨가 북한군과 접촉하고 김 중위를 살해했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기사에는 김 씨의 실명 대신 '김아무개 중사'라고 표현되었지만, 군 내 직책, 출신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김 씨와 그 가족들은 해당 잡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대법원의 판단
피해자 특정: 대법원은 비록 김 씨의 실명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기사 내용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김아무개 중사'가 김 씨를 지목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언론의 책임: 대법원은 언론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를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입증 책임은 언론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도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언론은 보도에 앞서 신중하고 객관적인 취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 형법 제307조, 제310조, 헌법 제21조 제4항 등 참조)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 유죄를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진실성 판단 기준 시점: 보도 내용의 진실성은 보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보도 전후의 수사 과정과 밝혀진 사실들을 참고해야 하며, 보도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진실성 판단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1996. 8. 20. 선고 94다2992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잡지사의 보도가 김 씨를 살해 용의자로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잡지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등 참조)
결론
이 판례는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보도할 때는 언론의 신중한 태도와 객관적인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형사판례
기사에서 직접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나 추측을 인용하여 보도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사실을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암시된 사실 자체의 진실성과 공익성 등이다.
민사판례
언론사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었을 때, 언론사 대표나 간부처럼 직접 기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도 제작 과정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민사판례
이혼 소송 중이던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려 했다는 경찰의 발표와 이를 그대로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입니다.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에 신중해야 하며, 언론은 공적 인물이 아닌 개인의 범죄 혐의를 보도할 때 신원 공개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공정위 과장의 계좌에 다단계 업체 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마치 공정위 과장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명령한 판결.
민사판례
외부 필자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언론사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결.
형사판례
신문기사에 피해자의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았더라도, 기사 내용과 주변 상황을 종합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고, 그 지역 관련 분야 사람들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된다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