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9.22

민사판례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과 기업의 신용, 그리고 착오

기술보증기금, 흔히 '기보'라고 불리는 이 기관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돈을 빌릴 때 기보가 '이 기업은 믿을 만하니 돈을 빌려줘도 괜찮다'라고 보증해주는 것이죠. 그런데 이 보증 과정에서 기업의 신용 상태는 얼마나 중요할까요? 그리고 만약 기보가 기업의 신용에 대해 잘못 알고 보증을 섰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기보의 신용보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업의 사업장 부동산에 가압류가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기보는 은행이 작성한 기업실태조사서에 가압류가 없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이를 믿고 보증을 섰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이 가압류는 나중에 부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보는 자신들이 기업의 신용 상태에 대해 착오를 일으켰으므로 보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기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보의 신용보증은 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관한법률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이 법의 목적은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의 자금 융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신용 유무는 보증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관한법률 제1조, 제12조, 제13조, 제29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기보가 보증 당시 가압류 여부를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이 가압류가 부당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기보가 착오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보가 은행이 작성한 기업실태조사서의 기재를 믿고 보증을 섰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용보증 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민법 제109조 제1항).

핵심 정리

  • 기보의 신용보증에서 기업의 신용 유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기보가 가압류 여부를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았고, 가압류가 부당한 것으로 밝혀져 기보가 손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착오를 이유로 보증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109조 제1항
  • 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관한법률 제1조, 제12조, 제13조, 제29조
  • 대법원 1993. 10. 22. 선고 93다14912 판결
  • 대법원 1996. 7. 26. 선고 94다25964 판결
  •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92 판결

이번 판결은 기보의 신용보증과 관련하여 기업의 신용 및 착오의 법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기보의 손실 방지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법원이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기업구매자금대출 보증, 은행의 책임은 어디까지?

은행이 기업구매자금대출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지키고,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비록 나중에 거래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

#기술신용보증기금#기업구매자금대출#보증책임#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민사판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책임 면책에 대한 이야기

은행이 대출 조건으로 약속한 담보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을 때,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은행의 잘못에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실수가 겹쳤더라도, 은행의 잘못이 명확하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보증책임#면책#은행

민사판례

신용보증서 특약, 담보 확보 의무 위반시 보증기관 책임 면제될 수 있다!

은행이 대출 시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채무를 면책받은 사례. 은행은 단순히 대출금 회수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보증기관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담보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보증책임 면책#담보 미확보#은행 귀책사유

민사판례

신용보증기금 보증과 기업의 신용: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빚 보증을 서 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았다면, 신용보증기금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명의대여#신용보증#보증취소#착오

민사판례

보증 섰다가 빚까지 떠안을 위기? 은행의 실수로 내 보증 책임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이 어음할인대출 과정에서 약속어음 관련 절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소구권(어음이 부도났을 때 다른 사람에게 청구할 권리)을 잃게 되면, 보증기관은 보증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면책 범위는 원칙적으로 어음 액면금액 전액이지만, 소구권을 잃은 사람에게 변제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그 변제 능력 범위로 제한된다.

#어음할인대출#신용보증#담보보전의무#소구권

민사판례

신용보증기금의 면책, 은행의 주의의무 소홀이 원인!

은행이 신용보증기금과 보증계약을 맺을 때 담보 설정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책임에서 벗어난 사례입니다.

#신용보증기금#면책#담보설정의무#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