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5.03.26

민사판례

긴급조치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는?

오늘은 과거 긴급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소멸시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배경

원고는 1978년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체포·구금되었다가 유죄 판결 없이 풀려났습니다. 그 후 30년 이상이 지난 2011년,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국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2010.12.16. 선고 2010도5986)이 있기 전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자체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 중앙정보부의 불법 체포·구금: 중앙정보부가 수사권 없이 원고를 체포·구금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원고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재심절차를 거쳐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아닙니다.
  •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권리남용 여부: 원고의 체포·구금 상태가 종료된 후 소송 제기까지 30년 이상 경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에서 제시한 사유만으로는 원고에게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2784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소멸시효와 신의칙

채무자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며, 채권자에게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도 일반 채무자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관련 법조항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제162조 (소멸시효)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배상책임), 제8조 (소멸시효)
  • 국가재정법 제96조 (소멸시효)
  • 구 예산회계법 제71조 제1항, 제72조

이 사건은 긴급조치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에 있어서 소멸시효 적용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시간의 경과만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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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진실규명#국가배상#소멸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