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아버지(A)께서 아파트 아래층 지인 집에서 저녁 식사 후 술을 한잔 하시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오시다가 변을 당하셨습니다. 비상계단의 조명이 고장 나 칠흑같이 어두웠던 탓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시면서 후두부 두개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으셨고, 결국 며칠 뒤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억울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아파트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주택관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네, 청구 가능합니다.
깜깜한 비상계단은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입니다. 아파트 비상계단은 거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며, 특히 화재 등 유사시에는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비상계단의 조명 관리는 매우 중요한 관리 항목입니다.
법적으로도 이러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민법 제758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건물이나 시설물(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소유자나 관리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란, 그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비상계단에 조명이 없어 어두웠다면, 이는 비상계단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안전성을 결여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에 따르면, 공작물의 안전성 구비 여부는 그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어두운 비상계단은 사고 위험이 높으므로 관리 주체는 조명 설치 및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0139 판결에서는 공작물의 하자 외 다른 원인이 함께 작용하여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그 하자가 사고의 공동 원인 중 하나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아버지께서 술에 취해 계셨더라도, 조명 고장이라는 하자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면 주택관리기관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과실, 예를 들어 술에 취한 상태였거나, 조명이 없는 계단 이용을 자제하지 않은 점 등은 주택관리기관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가단121843 판결 참조).
하지만 어두운 비상계단을 방치한 주택관리기관의 책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상담사례
미준공 도로의 불법주차 차량과 충돌사고 발생, 도로 관리청의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도로가 일반 공중에 제공되지 않았기에 배상받기 어려움.
민사판례
보행자 신호등의 적색등 고장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지자체는 신호등 관리 소홀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진다.
민사판례
건설현장에서 비계공이 추락하여 다친 사고에서,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인정하되 비계공 본인의 과실도 일부 있다고 판단한 사례. 다만, 사고 이후 왼손과 손목 부상에 대한 손해배상 부분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다시 재판하도록 판결.
상담사례
술자리 후 건물 계단 난간 추락사고 발생 시, 난간 높이가 안전기준 미달이면 건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피해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
민사판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이 건물 외부 계단에서 추락사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계단 난간의 높이가 법정 기준보다 낮아 안전하지 않았다면 건물주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
상담사례
횡단보도 신호등 고장으로 사고 발생 시, 지자체는 신호등 관리 의무 소홀로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으나,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사고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