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03.28

민사판례

남의 어음/수표 받았다고 내 돈 받은 걸로 치면 안 돼요!

돈을 빌려주고 나서 돈을 못 받고 계신가요? 빌려준 돈 대신 채무자가 다른 사람이 발행한 어음이나 수표를 주면서 "이거 받고 퉁 치자"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받아도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례 소개

원고는 피고에게 찜질방 시설 공사를 맡겼습니다. 공사대금은 총 5천만 원으로, 여러 번 나눠서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중도금 지급 날짜가 다가오자 돈이 급해진 원고는 피고에게 중도금을 빨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당장 돈이 없다며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찜질방 건물 주인으로부터 1,35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받아 피고에게 주면서, "이 어음 금액만큼 공사대금을 받은 걸로 하고, 너는 이 금액을 건물 주인에게 주면 된다"라고 합의했습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피고가 건물 주인에게 돈을 지급하자, 원고는 피고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의 중도금 액수를 어음 금액인 1,350만 원으로 수정하고 도장을 찍어주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가 어음을 받은 것만으로는 원래 받아야 할 공사대금 채권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타인 발행 어음/수표는 '지급을 위한' 것으로 추정

채무자가 돈 대신 다른 사람이 발행한 어음이나 수표를 주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이는 '지급을 위하여'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법 제460조, 어음법 제9조 제1항). 즉, 어음이나 수표가 정상적으로 현금화될 때까지 원래의 채무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어음이나 수표는 단지 지급의 수단일 뿐, 채무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약서 수정과 날인만으로는 부족

위 사례에서 원고는 계약서의 중도금 액수를 수정하고 도장까지 찍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것만으로 원래의 공사대금 채권을 없애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계약서를 수정한 것은 어음이 나중에 정상적으로 현금화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돈을 받았다는 표시를 한 것일 뿐, 채무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 다른 사람이 발행한 어음/수표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돈을 받은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음/수표가 부도나는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 채무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려면, 채무자가 발행한 어음/수표를 받거나, 아니면 명확하게 '기존 채무를 없애고 어음/수표 채무로 대체한다'는 합의를 하고 관련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3다12213 판결
  • 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11203, 11210 판결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다25060 판결
  • 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13322 판결

돈 거래는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어음/수표 거래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위 내용을 참고하셔서 안전한 금전 거래 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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