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름으로 몰래 대출받았다면? 배우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배우자 몰래 배우자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면, 배우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남편 이름으로 아내가 몰래 대출을 받았을 때, 남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례: 아내(甲)가 제3자(乙)를 남편(丙)으로 가장시켜 관련 서류를 위조하여 남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 경우 남편에게 대출금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쟁점: 민법 제126조(표현대리)에 따라 남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아내(甲)는 남편(丙)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바꿔치기하고, 제3자(乙)를 남편처럼 가장하여 은행 직원을 속였습니다. 은행은 乙이 丙인 줄 알고 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원고(은행)는 아내(甲)에게 일상가사대리권이 있었고, 제3자(乙)를 통해 대출받는 행위에 대해 남편(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은행은 乙이 丙인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남편(丙)에게 표현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내(甲)가 남편(丙)으로부터 대출에 대한 대리권을 받았다는 사실이나, 제3자(乙)에게 남편(丙)을 대리할 권한을 주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남편을 모용한 乙에게 남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다는 점에 대한 주장 및 입증이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남편(丙)에게 표현대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결론: 배우자 몰래 배우자 명의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배우자에게 대리권을 부여한 사실 등이 없다면, 단순히 배우자라는 사실만으로는 표현대리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아닌 사람이 본인인 척 행세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기본대리권의 존재와 그에 대한 입증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배우자 몰래 대출을 받는 행위는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