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짓거나 수리할 때, 공사대금을 못 받은 업체가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유치권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성립하는지, 특히 점유와 관련해서는 어떤 기준이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치권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을 게 있는데 그 사람이 돈을 안 갚을 경우, 그 사람의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갚을 때까지 돌려주지 않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 수리업체가 건물주에게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수리한 건물을 점유하고 건물주가 돈을 갚을 때까지 건물을 넘겨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합니다.
유치권의 핵심, '점유'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유'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점유가 직접적인 점유인지, 간접적인 점유인지에 따라 유치권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점유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례를 남겼습니다 (2007. 4. 10. 선고 2006다79621 판결). 이 판례의 핵심은 채무자가 직접 점유하고 채권자가 간접 점유하는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판례를 통해 알아보는 구체적인 상황
A라는 교회 건물을 B라는 건설회사가 공사했는데, 교회 측에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B회사는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B회사는 건물을 직접 점유한 것이 아니라, 채무자인 교회 측이 건물을 직접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간접적으로만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우, 대법원은 B회사가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직접점유가 중요할까요?
유치권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효력을 가집니다. 만약 채무자가 직접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채무자는 유치권의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점유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유치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채권자의 직접점유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관련 법 조항: 민법 제320조 (유치권의 내용)
민법 제320조는 유치권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비록 점유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판례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점유의 형태에 따라 유치권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채무자가 물건을 직접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의 간접점유만으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유치권 행사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점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상담사례
임차인은 유익비를 받을 때까지 유치권 행사로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나, 건물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민사판례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경매로 건물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그 사람이 건설사를 건물에서 내쫓은 경우, 건설사는 바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고, 점유를 되찾아야만 유치권을 다시 주장할 수 있다는 판결.
상담사례
건물 신축 후 공사대금 미지급 시, 채무자(건물주)에게 건물 관리를 위탁하는 형태로는 유치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직접점유자가 채무자이기 때문이다.
상담사례
9억 공사대금 중 1억만 받고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했지만, 잠금장치 교체 및 경비 배치 등으로 건물을 사실상 지배(점유)하고 있었기에 새 건물주에게 유치권 행사를 통해 건물 인도 거절 가능성이 높다.
민사판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부동산을 임대했는데,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않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부동산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 임대인은 여전히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간접점유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상담사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권리금을 받지 못했다고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며 가게를 비워주지 않는 것은 불법이며, 권리금 반환 소송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