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내 허락도 없이 내 물건을 팔았다면? 황당하겠죠? 하지만 나중에 내가 그 거래를 'OK'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런 상황을 법에서는 무권대리와 추인이라고 합니다. 내 허락 없이 대신 계약한 친구는 무권대리인, 저는 본인이 되는 거죠. 그리고 제가 나중에 그 계약을 인정하는 것이 추인입니다.
자, 그럼 제가 "그래, 네가 한 계약 인정할게!"라고 추인하면 그 계약은 언제부터 유효한 걸까요? 처음부터 유효했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추인한 순간부터 유효한 걸까요?
정답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입니다. 마치 제가 처음부터 친구에게 계약을 허락한 것처럼 효력이 발생하는 거죠. 이걸 소급효라고 합니다.
민법 제133조에서는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계약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제가 친구의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하면, 마치 제가 처음부터 계약에 동의했던 것처럼 계약이 유효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다른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제가 추인하면서 "오늘부터 유효한 걸로 하자"라고 따로 말한다면 소급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추인하는 시점부터 계약이 유효하게 되는 거죠.
제3자의 권리를 해하는 경우: 만약 친구가 제 물건을 A에게 팔았는데, 제가 추인하기 전에 그 물건을 B에게 팔았고 B가 등기까지 마쳤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B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A와의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추인한다고 해도 B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 부분에 대해 대법원 1963. 4. 18, 62다223 판결은 소급효가 제한되는 것은 무권대리행위의 상대방(A)이 취득한 권리와 제3자(B)가 취득한 권리가 모두 배타적 효력을 가지는 경우에 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 '배타적 효력'이란, 등기부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처럼 다른 사람의 권리를 배척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의미합니다.
즉, 추인은 강력한 효력을 가지지만, 다른 의사표시가 있거나 제3자의 권리를 해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권한 없는 사람이 타인의 땅을 판매하고, 진짜 주인(혹은 상속인)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상담사례
친구가 내 허락 없이 내 물건을 팔았다면(무권대리), 나는 그 거래를 인정(추인)하여 팔거나, 거절(추인 거절)하여 안 팔 수 있으며, 거절 시 구매자는 친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상담사례
대리권 없는 자와의 합의라도 이해관계인이 이후 소송 등을 통해 효력을 주장하면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되어 유효하게 될 수 있다.
민사판례
단순히 무효인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 따른 후속 행위를 했다고 해서 무효인 계약을 묵시적으로 인정(추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무효임을 알거나 의심하면서도 효과를 인정하는 의사로 후속 행위를 해야만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직원의 무단 계약(무권대리)을 사장이 알고도 이행 의사를 밝히면(추인) 사장도 계약에 대한 책임을 진다.
민사판례
배우자가 남편 몰래 채무 보증을 했더라도, 남편이 이를 알고도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고 해서 보증을 인정(추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법원은 대리권 존재 여부만 다투는 경우, '표현대리'까지 따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