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03.27

민사판례

배우자의 맘대로 한 계약, 나한테도 효력이 있을까? 대리권과 추인에 대한 이야기

가끔 뉴스에서 배우자나 가족이 몰래 빚을 지거나 계약을 해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도 모르는 계약이 나에게 효력이 있을까요? 오늘은 대리권과 추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서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호남주유소를 운영하던 원고(윤찬구)의 배우자(임헌옥)가 원고 몰래 피고(대원운수관광주식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피고는 임헌옥이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계약의 효력을 원고에게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은 계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배우자에게 대리권을 준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1. 유권대리 주장에 표현대리 주장이 포함되는지 여부:

피고는 처음에는 임헌옥이 원고의 "유권대리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권대리인이란 정당한 대리권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나중에 피고는 임헌옥이 유권대리인은 아니지만 마치 유권대리인처럼 보였다는 "표현대리" 주장을 하려고 했습니다. 법원은 유권대리와 표현대리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유권대리 주장을 했다고 해서 표현대리 주장까지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14조, 제129조, 대법원 1983.12.13. 선고 83다카1489 판결 참조)

  1.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장기간 방치를 추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가 배우자의 무권대리 행위를 알고도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이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추인이란 무권대리 행위를 본인이 인정하고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무권대리 행위를 인정하는 행위가 있어야 추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130조, 제139조, 대법원 1967.12.18. 선고 67다2294,67다2295 판결 참조)

결론

결국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배우자라고 해서 함부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본인이 모르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입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침묵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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