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인데 마음대로 처리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단순히 내 물건을 숨기거나 없앤 것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권리행사방해죄 때문인데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권리행사방해죄, 특히 '은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한 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건물과 기계에 근저당을 설정한 후, 해당 건물을 철거하고 기계를 팔아버린 사건입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은행의 근저당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권리행사방해죄란 무엇일까요?
형법 제323조는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이 죄가 성립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의 권리가 걸려있는 내 물건을 숨기거나 망가뜨려서 그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은닉'의 의미, 핵심은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이 사건의 핵심은 '은닉'의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은닉'이란 단순히 숨기는 행위를 넘어,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13734 판결 참조)
현실적인 방해가 없어도 범죄가 성립할까?
네,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은닉 행위로 인해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 관계자들은 건물을 철거하고 기계를 양도함으로써 은행의 근저당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결론
내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의 권리가 설정되어 있다면 함부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물건을 숨기거나 없애는 행위가 '은닉'에 해당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면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돈을 빌리고 차에 저당권을 설정해준 사람이 그 차를 다른 사람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대포차로 유통시킨 경우,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이미 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되어 근저당이 설정된 공장 기계를 다른 곳에 몰래 옮겨 또 다른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가짜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하며, 실제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의 범위에는 부동산, 동산뿐 아니라 특허권 등도 포함됩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숨기거나 망가뜨려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해도, 그 물건이 내 소유가 아니면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내 물건이어야만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합니다. 다른 사람의 범행을 도와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사판례
회사 직원이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를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서 타인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했다면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사판례
렌터카 회사 공동대표 중 한 명이 회사 차량을 개인 채무 담보로 제공한 후, 다른 공동대표가 이를 몰래 회수한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차량의 소유권이 렌터카 회사에 없었기 때문에 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차를 담보로 받은 사람의 점유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