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발행된 어음, 나한테 청구할 수 있을까? - 명의대여와 약속어음

내 이름을 빌려준 것뿐인데, 갑자기 빚을 갚으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요?  오늘은 명의대여와 약속어음 관련된  까다로운 상황을 살펴보고,  내 이름으로 발행된 어음 때문에 억울하게 빚을 떠안는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을은 친구 A에게 사업할 때 자기 이름을 써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A는 을의 이름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해서 B에게 주었고, B는 이 어음을 갑에게 넘겼습니다. 이때 갑은 을에게 어음 금액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얼핏 보면 을은 A에게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의 책임입니다.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게 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선의의 제삼자에 대하여 그 영업으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은 주로 사업자등록과 관련된 상황에서 적용되는데, 이 사례처럼 어음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다행히(?) 다수의 학설과 판례는 "적용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69. 3. 3. 선고 68다2270 판결)

즉, 을은 A에게 사업할 때 이름을 빌려줬고, 갑은 을이 실제 사업주인 줄 알고 어음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갑은 을에게 어음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억울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을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요?

• 절대 함부로 이름을 빌려주지 마세요!  특히 사업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친구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이름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세요.  책임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공증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어음 거래 시에는 발행인과 배서인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의대여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동반하는 행위입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을 통해 명의대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