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빌려 타다가 돈이 급해서 팔아버렸다면? 혹은 운수회사에서 관리를 맡긴 차를 몰래 처분했다면? 이런 경우, 단순히 빌린 물건을 돌려주지 않은 것 이상의 심각한 범죄, 바로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남의 차를 함부로 처분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할까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관'의 의미입니다. 단순히 잠깐 맡아두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또는 법률상 그 재물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일정 기간 동안 재물을 관리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소유권 이전에는 등록이 필요하지만, 등록된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차를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지입차의 경우는 어떨까요?
운수회사가 차량을 소유하고, 지입차주에게 운행 및 관리를 맡기는 '지입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입차주는 차량의 등록 명의자가 아니지만, 운수회사로부터 차량에 대한 운행관리권을 위임받아 사실상 지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입차주가 회사의 동의 없이 차량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심지어 지입차주에게 다시 차량 보관을 위임받은 사람이 무단으로 차를 처분해도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어떤 입장일까요?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자동차처럼 등록이 필요한 재산의 경우, 등록명의자만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례를 통해 등록명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차량을 보관하고 지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1631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도1714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3276 판결 등 변경)
결론
남의 차를 함부로 처분하는 행위는 단순한 차용이나 위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범죄행위입니다. 차량의 등록명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차량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참고) 형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도1714 판결(변경),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3276 판결(변경),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16315 판결
형사판례
차를 팔고 명의이전을 하기 전에 판매자가 차를 계속 사용한 경우, 이를 횡령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명의이전이 안 됐다는 이유만으로 횡령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허락 없이 그 물건을 담보로 제공하면, 실제로 소유권을 침해하지 않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가 법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농지를 구매하여 타인 명의로 등기했고, 명의자가 그 농지를 처분했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타인의 버스를 팔아준 뒤, 그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 보관하는 사람이 그 돈을 자신의 명의로 은행에 예치했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인출해서 쓰거나 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진짜 소유자와 관계없이 명의만 빌린 사람이 그 부동산을 처분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