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1.15

민사판례

딸에게 인감도장 맡겼다가 보증까지 서게 된 아버지 이야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함부로 맡기면 큰일 난다?!

오늘은 딸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맡겼다가 뜻하지 않은 보증 채무를 지게 될 뻔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사례는 대리권의 범위와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건의 발端

아버지 A씨는 딸 B씨에게 은행에서 300만원을 대출받는 데 필요하다며 인감도장과 "대부용" 인감증명서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B씨는 이를 이용해 C씨로부터 1,000만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서에 아버지 A씨를 보증인으로 기재하고 인감도장을 찍어 C씨에게 교부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B씨가 아버지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300만원 대출 용도로 받았음에도 1,000만원 차용에 사용하고, 인감증명서 용도도 "대부용"으로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A씨가 B씨에게 보증을 설 권한을 위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A씨의 보증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뒤집기!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딸 B씨에게 인감도장과 "대부용" 인감증명서를 건네준 행위 자체에 300만원 범위 내에서는 주채무자 또는 보증인이 되더라도 책임지겠다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A씨는 B씨에게 300만원 범위 내에서 대출 관련된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준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인감증명서 용도가 "대부용"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A씨가 C씨에게 보증 사실을 확인했는지 여부 등 다른 중요한 사실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법리: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이 사건의 핵심은 표현대리입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거나 대리권의 범위를 넘었더라도,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제3자가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거래를 했을 경우, 대리행위를 유효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A씨가 B씨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준 행위가 C씨에게는 마치 B씨가 A씨의 보증에 대한 대리권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했고, C씨는 이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A씨의 보증은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이루어지겠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표현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 민사소송법 제187조 (증거재판주의): 법원은 변론에 현출된 증거만을 판단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 대법원 1987.9.8. 선고 86다카754 판결

결론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는 중요한 개인정보이므로 함부로 타인에게 맡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대리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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