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7.14

민사판례

뇌물 반환 약속, 지킬 필요 없다?!

경찰관 A씨는 B씨로부터 분당 신도시 개발 보상 관련 청탁을 받고, 시의원 C씨를 통해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청탁을 들어주었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사례금 5천만 원을 주었고, A씨는 그중 일부를 C씨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발각되어 A씨 등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형을 낮추기 위해 B씨와 합의하고, B씨의 처남 D씨에게 5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어음을 작성했습니다. 이후 A씨는 감형을 받았지만, D씨는 약속어음을 근거로 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D씨는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D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핵심은 바로 '불법적인 청탁'에 있습니다.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5천만 원은 불법적인 청탁의 대가, 즉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원인급여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애초에 줘서는 안 되는 돈이었으니 돌려받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를 반환하기 위한 약속 또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아내가 D씨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불법적인 돈을 돌려주기 위한 약속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1.3.22. 선고 91다520 판결 참조)

따라서, 비록 약속어음이라는 형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약속의 근본 원인이 불법이라면 그 약속어음은 효력이 없고, D씨는 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관련 법 조항:

  •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급여한 것이면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79.11.13.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1.3.22. 선고 91다520 판결

이번 판례는 불법적인 청탁과 관련된 금銭 거래는 처음부터 무효이며, 이를 반환하기 위한 약속 역시 효력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공정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원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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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뇌물수수#승진청탁#영득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