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6.30

형사판례

대포통장 이용 마약 매매대금 입금, 방조죄 될까?

마약 매수자가 매도인의 요구로 대포통장에 돈을 넣어줬다면, 단순히 마약을 산 것 외에 다른 죄가 성립할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런 행위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방조죄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도19025 판결)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마약 판매자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자의 요청에 따라 차명계좌에 마약 매매대금을 여러 차례 입금했습니다. 원심은 이 행위를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방조죄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쟁점

핵심 쟁점은 마약 매수인의 대포통장 입금 행위가 마약 판매자의 "불법수익 은닉·가장"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은 매수인의 행위가 판매자의 범행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단순히 판매자의 요구에 따라 대향적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별개의 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약 매수인의 행위가 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 대향범과 공범 : 대법원은 먼저 서로 대향된 행위가 필요한 대향범(예: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의 경우, 형법상 일반적인 공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형법 제30조, 제31조, 제32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994 판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마약 판매자의 '불법수익 은닉·가장' 행위 자체는 대향적 행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도4408 판결) 즉, 마약 판매자가 혼자서도 불법수익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매수인의 행위는 별개의 방조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방조의 의미와 고의 : 대법원은 방조란 정범의 범행을 돕는 행위로서,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32조 제1항,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또한, 방조범에게는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범죄라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이 사건의 경우, 매수인이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하면서 그 행위가 판매자의 불법행위를 돕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마약 매수인의 방조 고의 여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마약 거래 과정에서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단순 마약 매수를 넘어 불법수익 은닉·가장 방조죄까지 적용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즉, 마약 매수인이라도 대포통장 사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결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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