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사건은 대학원생의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와 관련된 업무방해죄 사건입니다. 지도교수의 부탁으로 다른 사람이 논문을 대신 써준 경우, 과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죄 인정의 증명책임, 업무방해죄의 '위계' 그리고 '업무방해의 위험'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 1은 박사과정 학생으로 지도교수인 공소외 1의 권유로 박사학위 논문 예비심사에 응시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외 1이 다른 사람에게 피고인 1의 예비심사용 논문을 대신 쓰게 했고, 피고인 1은 이를 자신의 논문인 것처럼 발표하여 예비심사에 합격함으로써 대학원 원장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자가 논문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가? 피고인 1은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수정·보완했을 뿐, 대필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비심사 자료 제출 행위가 '위계'에 해당하는가?
예비심사 자료 제출 행위가 업무방해의 위험을 초래했는가? 예비심사는 본 심사가 아니고, 자료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규정도 엄격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증명책임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검사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증거는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줘야 합니다. 피고인의 주장이 다소 의심스럽더라도, 논문 대필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관련 판례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163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8도7546 판결 등)를 인용하며 이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필을 증명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정황 증거만으로는 대필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2. 위계의 의미 & 업무방해의 위험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란 상대방을 속여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무방해죄는 실제 업무가 방해되지 않았더라도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합니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도8734 판결,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도7446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예비심사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에서 위계가 있었다거나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심사는 최종 논문 심사와는 달리 지도교수의 지도와 조언이 허용되는 단계이고, 예비심사 자료 자체도 완성된 논문이 아닐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이 대학교의 예비심사는 형식과 절차가 본 심사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3. 논문 대작 (형법 제314조 제1항)
대법원은 다른 사람이 논문의 핵심 내용을 거의 다 썼다면 대필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1996. 7. 30. 선고 94도2708 판결)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심사 단계의 자료는 최종 논문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형사재판에서 증명책임의 중요성과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을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의 논문 지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예비심사 자료 제출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형사판례
다른 대학 교수가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대필해 주고 돈을 받은 사건에서, 대학원생들이 직접 돈을 건넨 경우 지도교수의 배임수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 단, 지도교수가 그 돈을 일부라도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사판례
다른 대학교 대학원생의 논문 작성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교수는, 그 대학원생의 지도교수가 아니므로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학과장이 지원자의 부탁으로 마감된 학회지에 논문이 게재되도록 도와주고 심사 기준을 강화했지만, 지원자의 논문이 자력으로 심사기준을 충족했고 다른 전형절차도 모두 거쳤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의 논문을 자기 논문인 것처럼 승진 심사에 제출한 행위는, 다른 논문 실적만으로도 승진이 가능했더라도 대학의 승진 심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유죄가 된다는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타인에게 논문 초안 작성을 맡기고 약간의 수정만 거쳐 제출한 경우, 석사학위 논문 대필로 인정되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단순한 기술적 도움과 대필의 경계를 명확히 제시한 판례.
형사판례
학부모들이 돈을 주고 자녀들을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사건에서, 학부모와 대학 관계자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