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7.01.12

일반행정판례

대형마트 갑질,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 공정위 시정명령의 한계

대형마트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한 횡포, 이른바 '갑질'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해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그 과정에서 적법성 논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대형마트의 납품업체에 대한 비용 전가, 반품, 서면계약서 미교부 등과 관련하여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어떤 한계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정위 시정명령, 구체적이어야 한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익제공 강요'와 '불이익 제공'은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입니다. '이익제공 강요'는 납품업체에게 각종 명목으로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이고, '불이익 제공'은 부당하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하거나 이행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 제6호 (나), (라)목).

그런데 공정위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려면, 단순히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었다"라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행위가 어떻게 불공정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막연하고 불명확한 시정명령은 사업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구체적 사실 적시 없으면 시정명령 위법"

대법원은 이랜드리테일 사건(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4두7139 판결)에서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랜드리테일은 납품업체들에게 각종 비용을 부담시키고, 부당하게 반품을 하며, 서면계약서를 제대로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위가 "납품업체들에게 총 1548억 원 상당의 비용을 부담시켰다"라고만 했을 뿐, 어떤 업체에게 언제 얼마의 비용을 부담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품 행위와 서면계약서 미교부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총 반품 건수와 금액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시정명령은 그 대상이 되는 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려면 단순히 위반행위의 유형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반 사실과 관련된 업체, 기간, 금액 등을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정위의 권한 행사, 더욱 신중해야

이 판례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려면 위반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공정위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사업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앞으로 공정위는 더욱 신중하고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시정명령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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