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상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해, 서로 돈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에 있을 때 갚을 돈을 서로 퉁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고, B가 A에게 50만 원을 빌려준 상황이라면, A와 B는 50만 원만 주고받으면 됩니다. 이처럼 상계는 복잡한 채권관계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유용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서로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굳이 "상계하겠다!"라고 말해야 할까요? 서로 빚진 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상계가 되는 걸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건설공제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분쟁입니다. 조합원 회사가 부도가 나자, 공제조합은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준 것과 보증을 서준 것 때문에 조합원 회사의 돈을 가져갔습니다. 이때, 조합원 회사의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들에게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회사가 공제조합에서 받을 돈을 압류했습니다. 공제조합은 이미 조합원 회사에게 빌려준 돈과 보증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서로 상계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민법 제493조에 따라, 상계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서로 돈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계가 되지 않고, 반드시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공제조합은 조합원과의 약정에서 조합원이 부도 등의 사유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경우, 공제조합이 보증한 금액에 대해 통지 또는 최고 없이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사전구상권 행사의 사유와 절차를 간소화한 것일 뿐, 상계에 관한 특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사전구상권 행사와 상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민법 제105조, 제476조, 제493조 참조)
결론
이 판례를 통해 우리는 상계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계의 의사표시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서로 돈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가 명확하더라도, 상계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만 법적으로 상계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상담사례
서로 돈을 빌려준 경우, 갚을 날짜가 지나도 자동으로 퉁쳐지는 것이 아니라 "퉁치자!(상계)"라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법적으로 빚이 소멸된다.
민사판례
빚을 서로 상계할 때에는 상계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이자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체 이자를 다 계산한 후 상계하면 계산이 틀려진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발생한 빚은 상계할 수 없지만, 단순히 고의로 빚을 갚지 않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상계 가능하나, 고의적인 행위가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 모두에 해당하면 상계가 불가능하다.
상담사례
확정된 채권은 서로 상계할 수 있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지만 반대로 빚진 경우, 확정된 채권만큼 서로 퉁칠 수 있다.
민사판례
국가가 세금 체납자의 채권을 압류했더라도, 그 압류된 채권을 가지고 국가 자신이 체납자에게 빚진 돈과 상계할 수는 없다.
민사판례
기존 채권에 대해 소송 중 조정이 확정된 경우, 조정 전 채권은 소멸하고 조정 내용에 따른 새로운 채권이 생깁니다. 따라서 상계를 할 때는 조정으로 새롭게 생긴 채권의 이행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