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또는 가족끼리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일이 종종 생기죠. "내가 너한테 10만원 빌려줬고, 네가 나한테 5만원 빌려줬으니, 그냥 5만원만 갚아!" 이렇게 서로 퉁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이걸 '상계'라고 하는데요,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서로 돈을 빌려준 상황에서, "퉁치자!"라는 말 없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걸까요?
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서로 돈을 주고받을 채권이 있을 때, 그 채권을 서로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만원을 빌려주고(A는 B에게 10만원 받을 권리가 있음), B가 A에게 5만원을 빌려줬다면(B는 A에게 5만원 받을 권리가 있음), A와 B는 서로 5만원씩 퉁치고 A는 B에게 5만원만 받으면 됩니다.
핵심은 "상계 의사표시"!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서로 돈을 빌려주고 받은 사실만으로는 자동으로 상계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상대방에게 "상계하겠다"라는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서로 돈을 빌려준 관계라도, "퉁치자!"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여전히 각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상태입니다.
관련 법 조항과 판례
민법 제492조는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상계의 의사표시'입니다. 서로 돈을 빌려준 시점(변제기)이 지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상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해야만 상계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6524 판결에서는 “당사자 쌍방의 채무가 서로 상계적상에 있다 하더라도,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도 상계된 것으로 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그 자체만으로 상계로 인한 채무 소멸의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상계의 의사표시를 기다려 비로소 상계로 인한 채무 소멸의 효력이 생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서로 돈을 빌려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결론
돈을 빌려주고 빌린 경우, 단순히 "퉁치면 되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법적으로 문제없이 채무 관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건설공제조합이 조합원의 부도 등으로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약정했더라도, 조합과 조합원 사이에 채권채무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상계되는 것은 아니며, 상계하려면 별도의 의사표시가 필요하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발생한 빚은 상계할 수 없지만, 단순히 고의로 빚을 갚지 않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상계 가능하나, 고의적인 행위가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 모두에 해당하면 상계가 불가능하다.
민사판례
서로에게 빚진 돈이 있을 때, 한쪽이 갚아야 할 돈에서 받을 돈을 빼는 '상계'는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상계를 하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서는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빌려준 돈 받으려는 소송 중, 상대방이 다른 채권으로 퉁치자(상계) 하더라도, 이미 같은 내용의 소송이 다른 법원에 계류 중이라도 별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상담사례
확정된 채권은 서로 상계할 수 있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지만 반대로 빚진 경우, 확정된 채권만큼 서로 퉁칠 수 있다.
상담사례
돈 빌려줬는데 상대가 "퉁치자(상계)"라고 할 때, "나도 빌려준 돈 있는데 같이 퉁치자(상계의 재항변)"는 안 되고, 각각 따로 청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