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줬는데 빌린 사람이 갚지 않고 오히려 "나도 너한테 받을 돈 있으니 퉁치자!"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억울하겠죠? 특히 상대방이 고의로 돈을 갚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법적으로 이런 경우 '상계'가 가능한지, 특히 고의로 빚을 갚지 않은 경우에도 상계가 허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서로에게 돈을 주고받을 관계에 있을 때, 서로의 채권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고, B가 A에게 50만 원을 빌려줬다면, A와 B는 서로 50만 원씩 채권을 없애고 A는 B에게 50만 원만 받으면 됩니다.
고의로 빚을 안 갚는 경우, 상계가 될까요?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발생한 빚은 상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상계를 통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보복적인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해자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와 추가적인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법으로 상계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의 경우는 어떨까요? 민법 제496조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정이므로, 단순한 고의의 채무불이행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의적인 행동이 불법행위와 동시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빌린 물건을 고의로 파손한 경우, 물건 파손이라는 불법행위와 빌린 물건을 돌려줘야 할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이 동시에 성립합니다.
이런 경우, 대법원은 민법 제496조를 유추 적용하여 고의의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채무 역시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즉, 고의로 빚을 안 갚고 퉁치려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고의로 빚을 지거나 갚지 않는 경우, 단순히 "네 빚과 내 빚을 퉁치자"라고 주장하며 상계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고의적인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는 상계가 불가능하지만,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는 상계가 가능하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시, 가해자는 다른 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다.
상담사례
서로 돈을 빌려준 경우, 갚을 날짜가 지나도 자동으로 퉁쳐지는 것이 아니라 "퉁치자!(상계)"라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법적으로 빚이 소멸된다.
민사판례
서로에게 빚진 돈이 있을 때, 한쪽이 갚아야 할 돈에서 받을 돈을 빼는 '상계'는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상계를 하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서는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발생한 채무는 상대방의 다른 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다.
민사판례
이미 다른 소송에서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새로운 소송에서 상계(서로의 채권으로 갚는 것)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