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12.23

민사판례

돈 대신 어음을 받았는데, 진짜 돈 받은 걸로 칠 수 있을까?

오늘은 돈 대신 어음을 받았을 때, 그 어음을 진짜 돈을 받은 것처럼 취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복잡한 법률 용어는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드릴게요.

사건의 개요

A 회사는 B 회사에 공장을 팔기로 했습니다. B 회사는 A 회사에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총 45억 원을 줘야 했죠. 그런데 B 회사는 돈 대신 C 회사가 발행한 45억 원짜리 약속어음을 A 회사에 건넸습니다. 나중에 A 회사는 B 회사에 45억 원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는데, B 회사는 "이미 어음을 줬으니 돈을 준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어음을 돈처럼 취급할 수 있을까?

돈 대신 어음을 주고받는 경우,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완전히 돈 대신": 어음을 주고받는 순간 기존의 빚은 없어지고 어음에 대한 새로운 빚만 남는 경우. (지급에 갈음하여)
  2. "일단 어음으로": 기존의 빚은 그대로 두고, 어음은 나중에 돈으로 바꿔서 빚을 갚는 수단으로 쓰는 경우. (지급을 위하여)
  3. "혹시 못 갚을까 봐": 기존의 빚은 그대로 두고, 만약 빚을 못 갚을 경우를 대비해 어음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담보를 위하여)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돈 대신 제3자가 발행한 어음을 채권자에게 주는 경우, 2번, 즉 "일단 어음으로" 준 것으로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제3자가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완전히 돈 대신" 준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 추정은 뒤집힐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B 회사가 준 어음이 "일단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어음을 줬다고 해서 45억 원의 빚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B 회사의 대표와 A 회사의 전 대표 사이에 있었던 합의 내용, A 회사가 어음을 받자마자 입금증을 써준 점, A 회사가 바로 공장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 회사가 어음을 준 것은 "완전히 돈 대신" 준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460조 (변제의 제공)

  • 어음법 제14조 (발행)

  • 어음법 제28조 (배서)

  • 어음법 제78조 (약속어음의 지급제시)

  •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3다12213 판결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다25060 판결

  •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126, 133 판결

  •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8249, 38256 판결

결론

이 판례는 돈 대신 어음을 주고받는 경우, 단순히 어음을 줬다는 사실만으로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당사자들의 의사,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완전히 돈 대신" 준 것인지, 아니면 "일단 어음으로" 준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상담사례

어음 받았는데, 원래 돈 달라고 소송해도 되나요? 🤔

어음을 대금 대신 받았다면, 원래 돈(원인채권)을 청구하려면 어음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어음(어음채권)으로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소송이 가능합니다.

#어음#소송#어음채권#원인채권

민사판례

빌려준 돈 대신 받은 어음, 제대로 처리 안 하면 돈 못 받을 수도 있다?!

빌려준 돈 대신 제3자가 발행한 어음을 받았는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어음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돈을 못 받게 된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의 책임이 있는지,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이 손해배상으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어음#변제#지급#책임

민사판례

약속어음 받았다고 돈 받은 걸로 확정?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린 사람으로부터 돈 대신 약속어음을 받고 영수증까지 써줬다고 해서, 실제로 약속어음에 적힌 돈을 받기 전에 빚이 모두 갚아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입니다.

#약속어음#채무변제#영수증#변제공탁

상담사례

어음 돌려막기? 내 돈은 어디로 갔나? - 기존 채무와 어음 교부 이야기

갑씨가 을씨의 어음으로 A회사와 C회사 간 거래를 정리했고, 어음 부도로 A회사가 손해를 봤지만, 해당 어음이 기존 채무 청산 목적일 가능성이 높아 A회사는 C회사에 돈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음#돌려막기#채무#기존 빚 청산

민사판례

돈 빌려주고 어음 받았는데, 돈 갚았다고 하는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빌려주면서 어음을 받았는데 채무자가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가 어음을 가지고 있다면 채무 변제 사실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입니다. 어음을 돌려받지 않고 돈을 갚았다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음#채무변제#증명책임#배서일

민사판례

돈 대신 받은 어음, 부도나면 어떻게 될까? 제3자 발행 어음과 채무 관계 정리

빌려준 돈을 갚기 위해 채무자가 제3자가 발행한 어음을 제공했을 때, 채권자는 어음을 통해 돈을 받기 위한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하며, 만약 이를 게을리해서 채무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단, 채권자가 어음 발행인의 자력 악화 가능성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제3자 발행 어음#채무 변제#채권자 의무#지급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