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가 매매계약을 했는데, 계약이 깨지면서 A는 B에게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돈 받을 권리(매매대금반환채권)를 A가 甲에게 넘겼어요. 甲은 B와 돈을 공탁으로 받기로 합의서까지 썼습니다. 그렇다면 甲은 B에게 약속대로 돈을 공탁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약속했다고 해서 무조건 공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채무자)이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채권자)에게 직접 돈을 줄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일 때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를 '공탁'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487조에서는 채권자가 돈을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 또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모르는 경우 채무자는 돈을 공탁해서 채무를 벗어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487조: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으며,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공탁은 법에 정해진 특정한 상황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임의로 공탁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52526 판결)도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공탁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더라도 채권자가 그 약속을 근거로 공탁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강제집행을 위한 공탁 요건(민사집행법 제248조)을 갖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속은 약속일 뿐, 법적으로 공탁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甲과 B가 공탁으로 돈을 주고받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더라도, 甲은 B에게 공탁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B가 자발적으로 공탁하지 않는 이상, 甲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받아야 합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은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이 공탁하기로 약속했더라도, 법적 근거 없이 채무자에게 돈을 법원에 공탁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채무자가 압류 등으로 인해 어디에 돈을 갚아야 할지 몰라 법원에 공탁하는 '집행공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민사판례
제3채무자에게 돈을 공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그 판결을 근거로 제3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금전채권)을 압류하고 추심할 수 있다.
민사판례
잘못된 이유로 공탁되었더라도, 돈을 받을 사람이 이의 없이 공탁금을 받으면 원래 공탁한 이유대로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민사판례
돈을 법원에 맡기는 변제공탁은 공탁서에 피공탁자로 기재된 사람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실제 채권자라도 공탁서에 이름이 없으면 직접 돈을 찾을 수 없고, 공탁서에 기재된 지분대로만 출급 가능합니다. 실제 지분 비율이 다르더라도 공탁서에 적힌 사람들끼리 해결해야 합니다.
상담사례
채무자가 돈을 받을 사람들(공동채권자)끼리의 분쟁 때문에 변제공탁을 하더라도, 공동채권자 간의 권리관계는 별도의 합의나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며,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바로 공탁금 전부를 가져갈 수는 없다.
민사판례
돈을 갚아야 할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에게 빚을 지고 있을 때, 제3채무자(돈을 갚아야 할 사람)가 압류된 채권의 일부만 공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액을 공탁하는 경우, 그 공탁금의 성격(변제공탁인지, 집행공탁인지, 혼합공탁인지)을 판단하는 방법과 이에 따라 후순위 채권자가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