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상황, 정말 답답하죠. 그런데 마침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도 내가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럴 때 '상계'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서로 갚을 돈을 퉁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A에게 100만원을 빌려줬는데, A도 나에게 50만원을 빌려준 상황이라면, 상계를 통해 나는 A에게 50만원만 받으면 됩니다.
이처럼 빚과 빚을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상계권은 법적으로 보호받습니다. 왜냐하면 상계는 복잡한 채권 관계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서로 공평하게 빚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계권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A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A가 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채권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민법 제492조) 에서는 상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상계권, 마음대로 써도 될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상계권을 행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대체 어떤 경우에 상계권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요? 바로 상계권을 행사하는 목적과 상황을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 목적으로 갑자기 상계권을 행사하거나, 원래는 상계할 생각이 없었던 채권을 갑자기 꺼내 들어 상계하는 경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계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권을 취득하거나 채무를 부담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하게 된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상계권 행사가 상계 제도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2조) 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계는 분명 편리한 제도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상계권 행사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관련 법리와 판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발생한 빚은 상계할 수 없지만, 단순히 고의로 빚을 갚지 않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상계 가능하나, 고의적인 행위가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 모두에 해당하면 상계가 불가능하다.
상담사례
서로 돈을 빌려준 경우, 갚을 날짜가 지나도 자동으로 퉁쳐지는 것이 아니라 "퉁치자!(상계)"라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법적으로 빚이 소멸된다.
민사판례
국가가 세금 체납자의 채권을 압류했더라도, 그 압류된 채권을 가지고 국가 자신이 체납자에게 빚진 돈과 상계할 수는 없다.
민사판례
빚을 서로 상계할 때에는 상계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이자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체 이자를 다 계산한 후 상계하면 계산이 틀려진다.
상담사례
확정된 채권은 서로 상계할 수 있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지만 반대로 빚진 경우, 확정된 채권만큼 서로 퉁칠 수 있다.
상담사례
고의적인 불법행위는 상계가 불가능하지만,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는 상계가 가능하다.